Friday Sneakers #6 (주)화승 사태 분석 2부, 전략의 부재


   #.해당 사진은 이서진이 르까프의 모델이 되어서 진행한 광고인데, 재미적인 요소를 많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로 브랜딩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매우 좋게 생각해서) 그런데 그냥 재미로 끝나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B급 코드가 유행한다고 모든 브랜드가 B급 코드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유가 있을 때 한 번씩 즐기는 일탈은 재미지만, 여유가 없을 때 즐기는 일탈은 경로이탈이다.

 

   시장상황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간 2015-2016년 시장 상황을 되돌려보자. 2015-2016년에 아웃도어 브랜드는 시장에서 피크를 지나고 있었으며, 아웃도어의 등살에 기를 못펴던 스포츠 브랜드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롱패딩이 겨울 시장의 키워드였다이 때 르까프는 의류를 중심으로 시장에 접근했다. (이전 에세이에서 밝혔지만 의류가 단기수익을 내기 좋으며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서진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이하늬와 유연석은 롱패딩을 입었다. 여성 에슬레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팜므라는 여성 전문 라인도 등장하고 겨울에는 방한부츠등도 시기 적절하게 시장에 내 놓았다. 물론 새로운 신발 플랫폼도 선보였다. 르까프 뿐만 아니라 머렐은 르까프에 없는 아웃도어의 영역을 커버하였으며, 공격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했다. 그런데 ㈜ 화승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시장, 소비자, 제품

   앞선 에세이에서 소개했듯이 시장, 소비자, 제품 3가지 렌즈로 이 상황을 바라보자.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한 소비자 측면에서 르까프는 더 이상 매력적인 브랜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능성, 브랜드 인지도, 디자인, 가격,, 무엇 하나 소비자에게 내세울 것이 없다. 그리고 주요 고객으로 삼는 10-30대의 소비자와 르까프의 거리감은 꾀 멀다. 르까프가 추구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가 라고 물어본다면 소비자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이 부분을 르까프 스스로 인정해야만 했다.

   제품에서는 다른 경쟁업체들과 비교해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 전무했다. 이전과 다르게 새롭게 시도한 팜므 라는 여성라인은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대중적인 스포츠 브랜드 제품과 비교할 수는 있겠지만 나은 점이 없었으며, 룰루레몬, 안다르 같은 여성 활동복 브랜드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롱패딩은 시장의 큰 흐름 때문에 재미를 봤겠지만, 재고처리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방한부츠는 쏘렐이 반짝했으나 이미 쏘렐의 과도한 물량이 시장에 넘치고 있었다. 패딩부츠는 노스페이스가 압도했고 그 외에 잡다한 브랜드들의 물량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광고에서 나오는 르까프 트레이닝 복을 입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 곳곳에 다양한 유통망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통제가 되지 않아다. 이 매장이 정상 매장인지 상설 매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으며 매장당 매출은 지지부진했다. 온라인은 아주 좋게 말해서 지금의 트렌드를 따라 못 따라 가고 있으며, 솔직히 말하면 없는게 나을 수 있다. 화승은 항상 탑 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지만 새로울 것이 없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는데 그들의 접근은 한결 같았다. (머렐과 케이스위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전투에서도 전쟁에서도 승리하지 못한

   ㈜화승이 사모펀드 인수 이후에 펼친 전략을 보면서 규모에 비해서 전선을 너무 넓게 형성했기 때문에 그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저것도 하였으나 승리한 전투는 없었다고 보여진다. 르까프, 머렐, 케이스위스 그 중에서 어떤 것도 집중하지 못했고, 제품도 이것저것 만들었을 뿐이다. 상품매출은 2016219220171789억으로 스포츠 용품업계에서는 중견기업이라고 할 수 있으나, 르까프, 머렐, 케이스위스 총 500여개가 넘는 매장 매출의 합계이다. 매출이 이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은 그 매장 하나하나를 두고 보면, 중견이 아니라 그냥 약소기업으로 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유통망만 넓을 뿐이지 그것의 가치를 끌어내지 못했다.

 

   전략의 부재

   2010년 이후에 프로스펙스는 워킹으로 시장에서 죽지 않았음을 한 번이라도 증명했지만 르까프는 10여년 동안 한 번의 기회도 가지지 못하고 저승의 문 앞에 서고 말았다. 신상운 대표는 2016년 4월 취임하면서 2016년을 브랜드 재정비의 원년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2016년 11월 브랜드 쇼케이스에서는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젊게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면서 생활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 매김한다는 전략을 내 놓았다. 그리고 머렐과 케이스위스의 타켓은 20-30대로 낮춘다고 한다. 6개월만에 생각이 바뀔 수는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을 잡기가 힘들다. 특별할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다. 그냥 지금 그대로 내버려둬도 저렇게 흘러 갈 것이다. 르까프는 올드해졌고 머렐은 원래 트레일에서 강점이 있으며, 케이스위스는 코트류 신발만 판매될 것이다. (참고로 머렐은 트레일런이 아니라 그냥 트레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이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욕심이 많을 수록 버리는 연습이 되어야 한다. (주)화승은 나이키가 될 수 있지만, 지금은 나이키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편에서는 전략적인 부분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016년 4월 취임당시 인터뷰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885

2016년 11월 브랜드쇼케이스

https://www.fashionseoul.com/126868

2016년 11월 중앙일보 인터뷰, 머렐과 케이스위스에 대한 방향

https://news.joins.com/article/20900237

2016년 11월 조선일보 전략적 모호함에 대한 의문 제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14/20161114030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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