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지난 시절까지도 절대로 책값은 아끼지 않았다. 한 번에 예닐곱권 사는 건 기본이고, 괜찮은 책이다 싶으면 사람들에게 선물을 했다. 나는 도박 담배 주색잡기에 돈을 쓰지 않으니 책값은 맘대로 써도 된다는 나의 짧은 생각이었다. 대학교 때 전공책, 잡지, 그 외 가벼운 책들을 제외하고 일년에 50권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도서관의 책이 넘쳤으나, 책에 파무치기 위해서 중고책 새책 가리지 않고 샀었다. 최근에 고향집 책장 정리를 했는데, 한 백여권 정도 정리했는데도 여전히 책장에 비는 곳이 많이 없었다. 


지난 번 글에서 밝혔듯이 나는 이제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인정하자. 그리고 고통의 길로 갔으며 그 결과 책을 이제 손에 놓게 되었다. 그 많은 책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위해 책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때마침 알라딘 중고 서점을 알게 되어 유용하게 이용했다. 10권 정도 팔면 1권 정도 사거나 혹은 그냥 빈손으로 오거나 하면서 집의 서가를 아주 아주 가볍게 만들었다. 집에 있는 좋은 책들도 전부 알라딘으로 향했다. 


책을 파는 기준은 단순하다. 내 딸이 커서 읽었을 때 도움될 만한 책이면 두고 아니면 전부 알라딘 서점행이다. 알라딘 서점이 아주 가격을 후하게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의 책에 대한 미련은 말끔하게 정리해준다. 책에 대한 미련으로 포장된 나의 모자란 모습까지. 그런 값을 따로 알라딘에서 받기에 가격을 후려치는게 아닐까 싶다. 


방금도 책을 팔고 왔다. 그 책을 읽었을 때 나의 생각과 상황이 스쳐지나가면서 그런 추억조차 판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알았지만,, 소멸시켜버렸다. 알라딘은 이번에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알라딘 서점을 볼 때 마다 묘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바빠서일까 그 감정들은 정말 스쳐 지나갈 뿐이다. 괜히 아이패드에 ebook 을 설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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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며, 자기 자신을 절차탁마하는 건 결국 또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이 진부한 표현이 나의 앞에 놓여질 때, 나는 그것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자책해 본다. 


나는 책을 아주 많이 읽었고 주변에서도 다독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어느 순간 독서에 대한 집중력은 떨어지고 있으며 책의 내용을 소화하지 못하고 눈으로 읽기 바쁜 독서를 한다는 사실. 소화를 해야 되는데 소화를 한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다. 이 사실을 아는 건 내 자신 밖에 없다. 다른 사람과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곧 잘하고 추천도 잘하니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것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어느 순간 양보다 질적인 독서를 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에 대한 대책으로 책을 일단 한 번 읽고 괜찮은 책은 한 번 더 읽으면서 필기를 한다. 아주 고통스럽게... 그래 당신이 상상하는게 맞다. 그 고통은 결국 피로와 독이 되어 더 이상 책을 손에 들고 있지 않게 되었다.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아니... 더 나쁘게 되었다. 책을 손에 들고 있지 않고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으니까. 


내가 블로그에 '책읽기'라는 부분을 넣은 건 다시 한 번 독서를 잘해보자 함이다. 왜냐하면 나는 내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까. 예전처럼 독서를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생각들을 한 번 씩 정리해보고 당면한 내 자신의 모습을 외면하지 말고 받아들이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 한다. 


왜냐하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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